Caution : Complete Spoiler!!
"아내가 결혼했다." 이 책을 접한 건 2년 전이었다. 도발적인 책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이 책은 참 다른 시각의 사랑을 보여주는 소설이라 생각했다. 강렬하면서도 도무지 책을 손에 놓을 수 없는 소설의 전개에 이끌려서 단숨에 소설을 읽었었다. 그래서 그 시절 만나는 사람에게마다 이 소설을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했던 나였다. 그런데 이제는 소설의 어렴풋한 줄거리와 강렬했던 몇몇의 구절을 제외하고는 가물가물해진 지금 그 소설이 스크린으로 옮겨져 영화가되었다.
새벽 4시부터 회진이 시작되는 호흡기 내과의 실습으로 지처있던 나에게 호흡기에서의 마지막 날 금요일은 대다수의 호흡기 교수님들 앞에서의 완전 힘든 발표의 날이자, 오전의 발표만 끝나면 쉴수 있는 행복한 오후가 있는 날이기도 한 뭐 그런 날이다. 그래서 오전에는 발표에대한 엄청난 질문 공세와 교수님들 조언(?)을 들으면서 한없이 지쳐있다가 우리 조 여자 세 명은 영화 볼 계획을 세우고 있었더랬다.
물론 영화는 아.내.가.결.혼.했.다.
어쨌든 금요일 영화를 보고 난 후여자 세명의 반응은 참으로 다양했다. 소설의 내용을 전혀 모르던 나를 제외한 두사람은 참 많이 씁쓸해 하면서 영화관을 나섰다. 나보다 어린 동생은 말도 안되는 영화라면 마구 분노했고, 실제 그런 상황이 너무 싫다고 했다. 자기가 만약 여자의 입장에서 그런 상황이라면 남자가 다른 사람을 또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게 너무 힘들꺼고 그래서 차라리 남자가 솔직하게 고백하느니 자신 모르게 바람피는게 낫다고했다. 또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는 주인아(손예진)가 참으로 이기적인 사람이라 했고,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또 사랑하는 거 역시 참을 수 없을 것이며 영화를 보고난 이제는 결혼이라는 거 자체가 두려워진다고 했다.
나?소설을 읽은 나로서는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보는다른 남자들의 생각이 더 궁금해졌다.
이 영화는 현재 사회 통념상 발칙하다고 말할 수있을 만한 생각을 가진 주인아(손예진)을 통해 다른 사랑, 그리고 다른 가족상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주인공 노덕훈(김주혁)은 자신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여자 주인아(손예진)의 자유로움이 너무 버겁다. 하지만 그 버거움이 결혼이라는 제도권적 테두리 안에서 가벼워질 수 있다는 생각에 그녀에게 끈질긴 구애끝에 결혼한다. 하지만 그녀의 자유로움은 제도권 안에서도 계속 유지된다. 급기야는 또 결혼하겠다는 말로 그녀만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노덕훈(김주혁)을 패닉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그녀가 원한 것은 노덕훈(김주혁) 그와 헤어지는 것도 또 그냥 바람을 피는 것도 다른 사람과의 동거도 아닌 자신이 진짜 사랑하는 두 사람 모두와 함께 하는 또 한 번의 결혼이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의 반응은 주인공 노덕훈(김주혁)처럼"말도 안돼, 미친거 아니야?"일게다. 하지만 조금만 비틀어 보면 이런 사랑은 새로운게 아니다. 예전부터 우리는 두 집 살림을 하는 수많은 남자들을 다룬 드라마와 실제 이야기를 알고 있다. 그런 두 집 살림을 하는 남자들은 언제나 당당했으며 그의 두 여자들은 서로를 적대적으로 보거나 아니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는 동병상련의 감정을 가지면서 서로를 위로하며 살아왔다. 이런 상황이 단지 남, 녀의 역할이 역전된 이 영화는 언제나 우위를 점하고 선택권을 지니고 있던 남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런지도 모르겠다.
이 시점에서 나는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남녀 역할의 역전된 상황의 통쾌함이 아니라, 실제 사랑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와 그것을 명문화하고 알리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영화속에서 이런 대목이 나온다. 데이트 도중 사랑을 고백하며 "넌 내꺼"라고말하는 노덕훈(김주혁)에게 주인아(손예진)는 나뭇잎 하나를 따서 건내면서 말을 한다.
"이 지구상에 아직도 철마다 연예을 하는 종족이 있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같이 살고, 식으면 헤어지고. 모 가끔 평생을 한 사람과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10%도 안된데. 사랑하다가 누군가 먼저 마음이 식자나. 그래서 헤어지고 싶잖아. 그럼 이렇게 가만히 나뭇잎을 놓는데 나에게는 당신이 이렇게 가벼워졌어요. 그럼 상대는 그 뜻을 알고 말없이 떠난데. 자 선물이야. 언젠가 필요하게 될지도 모르잖아."라고.
그런 그녀가 그에게 나뭇잎을 하나 따서 건내는 대신 사랑하는 사람이 하나 더 생겻다고 한다. 사랑을 어떻게 나눌 수 있냐는 그의 말에 그녀는 하나의 사랑을 둘로 나누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사랑으로 두배가 된다고 말한다. 이혼을 원하는 것도 아닌 자신에게 또 다른 남편을 요구하는 그녀가 그녀를 사랑하는 그에게는 분명 이기적인 사람일게다. 하지만 결혼한 사람들이 애인을 원하며 또 많은 사람들이 부인이나 남편 이외에 애인이 있다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춰볼때(모 이건 사실 통계가 불분명. 게다가 사실 결혼을 안한 나로서는 그리고 결혼한 친구들도 그리 많지 않는 현재 이런 말이 실린 기사나 드라마를 볼때마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를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모 이제까지의 ~카더라 통신에 비춰볼때) 그에게 그녀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고 이해를 구한 모습이 신선했다. 다시 말해 두 사람을 모두 사랑한다는 그녀의 말의 진정성(어디까지나 내 생각)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너무나도 사랑하는 그녀와의 헤엄짐 또는 너무나도 사랑하기에 그녀가 또 역시 사랑하다는 또 다른 누군가를 용인해야하는 반 강제적 선택앞에서 노덕훈(김주혁)은 괴로워하고 갈등한다. 두 사람을 모두 사랑하다는 그녀는 그녀의 가치관을 자신과는 다른 생각의 그에게 강요하며, 두 사람을 모두 사랑하겠다는 것은 분명 그녀의 이기적인 욕심일게다. 하지만 그러한 자신의 욕구를 표출하는 방식은 이전에 두 집 살림을 하던 아버지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녀의 생각이 현실에도 이해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녀의 부모에게조차 말할 수 없는 그런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가 그에게 솔직함으로 원한것은 그의 이해였다. 물론 혹자는 이해를 구한게 아니라 두 가지의 한정된 선택권의 강요였다고 할 수 도 있겠지만.
우리의 주인공 노덕훈(김주혁)은 결국 처음에는 가부장적인 이기심에 이혼을 결심했다가 대신 그녀가 두 사람 모두를 사랑하는 것을 용인하는 쪽을 택한다. 한정된 불평등한 선택권의 강요에 의한 결정이었다 하더라도 마지막 그의 선택은 온전히 그의 의지적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 역시 또 한번의 결혼으로 결혼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모든 집안의 대소사를 잘도 챙긴다. 한 사람의 결혼 생활도 충분히 어렵다고 말하는 많은 결혼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비춰볼 때 그녀의 결혼생활 역시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꺼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원한 선택이었기에 그녀는 그녀의 선택에 충실했으며 그녀가 사랑하는 두 사람 모두를 위해 노력한다. 언뜻 보기에 기묘해 보이는 이들의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이 시점에서 사람들의 반응은 참으로 다양했다. 이 영화를 본 다른 남자동기는 노덕훈(김주혁)이 정말 바보같은 놈이라 했으며, 나와 함께 영화를 본 여자 동기들은 노덕훈(김주혁)의 선택이 철저히 주인아(손예진)의 이기적인 욕심에 의해서 강요된 것이기에 그녀를 사랑하는 노덕훈(김주혁)에게는 실제 전혀 선택권이 없는 일종의 폭력이였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예전의 뻔뻔하게 두 집 살림을 했던 아버지들과 다를바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문득 영화 "글루미 선데이"가 생각났다.이 상황에서 비록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기묘한 결혼을 용인한노덕훈(김주혁)은 때때로 분노하며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다른 두 사람주인아(손예진)와 그녀의 또 한명의 남편인 한재경(주상욱)은(영화에서 그녀의 또 다른 남편인 한재경(주상욱)은그녀의 선택을이해하며 그것을 모두 받아들이며 그녀와 결혼한다. 현실에서 이런 사람?? 주인공 주인아(손예진)의 독특한 캐릭터보다 몇 만배는 더 독특한 캐릭터일게다. 하지만 이 영화를 비난하는 남자들은 대부분 주인공 노덕훈(김주혁)이 결혼이라는 제도권에서 행사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우위권이나 절차를 시행하지 않고 그녀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는 분노하면서 한재경(주상욱)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 물론 영화를 보고 이야기해 본 남자들의 숫자로 볼때 통계적 의미는 없지만^^;;)행복해 한다. 하지만 영화 "글루미 선데이"에서는 세 사람 모두의 암묵적 합의하에 서로를 사랑한다.
"글루미 선데이"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세 사람의 사랑,
"아내가 결혼했다"의 완전한 이해에 의해서는 아닐지라도 그녀의 또 다른 사랑을 어쩔 수 없이 용인하는 노덕훈(김주혁)을 비롯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두 번의 결혼을 이해한 주인아(손예진)와 한재경(주상욱) 이 세 사람,
예전의 이해나 설명 없이 자신의 이기심으로 두 집 살림을 모두 영위하던 아버지들과 그의 두 아내들.
이들 모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일부일처제의 결혼과는 모두가 다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세 가지 경우가 모두 다 결론적으로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내가 주목했던 것은 그리고 다르다고 느꼈던 데에는그 세 사람의 삶을 이끌어내는 그들의 방식에 있었다. "글루미 선데이"에는 주인공 일로나. 그녀를 사랑하는 두 사람 모두 서로 각자의 사랑에 대해서 이해하고 함께 사랑한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는 주인아(손예진)의 선택에 의해 그녀가 사랑하는 두 사람 모두에게 그녀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그런 사랑을 바탕으로 두 사람 모두의 이해를 구하며두 사람 모두를 사랑한다. 마지막으로 드라마나 현실 속 두 집 살림의 아버지들은 그들의 철저한 이기심으로자신이 사랑하는 두 여자와의 사랑(?)을 유지한다.
영화의 마지막, 완벽한 이해는 아닐지라도 그리고 주인아(손예진) 그녀의 또 다른 선택권의 강요에 의한 것일지라도 주인공 노덕훈(김주혁)은 세 사람(아니, 이제 그들의 아이까지 포함한 네 사람)의 모두 행복하기 위한 선택을 한다.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처럼 나 역시 10%도 안된다는 평생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삶을 원한다. 하지만 영화 속 주인아(손예진)의 말처럼 내가 한 사람을 평생 사랑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는 물음표다. 그렇지만 또 주인아(손예진)처럼 두 사람을 똑같이 사랑하고 그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 두 결혼을 동등하게 유지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역시 물음표다. 단지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로 인해서 파생하는 모든 일들에 대해서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선택이 물론 현실에서는 말도 안되는 무모해 보이는 용기라 할지라도.단순하게 말해세 사람의 사랑이 그리고 삶의 선택이세 사람 모두의 이해하에 이루어진 것이라면 또 다른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내가 공감까지는 아닐 지라도 주인아(손예진)의 생각에 대해 영화를 본 다른 이들과 달리 이해할 수 있었던 데는 그녀가 그 두 사람을 정말 똑같이 사랑한다는 이상적인 전제를 바탕으로다. 이거야 말로 정말 힘든 일이겠지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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