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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말

무사유.

 

어떤 관료

 

 

관료에게는 주인이 따로 없다!

봉급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다!

개에게 개밥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듯


일제 말기에 그는 면서기로 채용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근면했기 때문이다


미군정 시기에 그는 군주사로 승진했다

남달리 매사에 정직했기 때문이다


자유당 시절에 그는 도청과장이 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성실했기 때문이다


공화당 시절에 그는 서기관이 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공정했기 때문이다


민정당 시절에 그는 청백리 상을 받았다

반평생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봉사했기 때문이다


나는 확신하는 바이다

아프리칸가 어딘가에서 식인종이 처음 들어와서

우리나라를 지배한다 하여도

한결같이 그는 관리 생활을 계속할 것이다


국가에는 충성을 국민에게는 봉사를 일념으로 삼아

근면하고 정직하게!

성실하고 공정하게!

 

<1989년. 창작과 비평사>  김남주

 

 

 

 

 

 

 

올해 1월 목사직을 잃은 뒤 행방이 묘연했던 ‘고문기술자’ 이근안(74)씨가 최근 간첩 조작 의혹 사건의 누명을 벗겨달라고 유족들이 신청한 재심사건 재판에 나와 “불법구금이나 고문은 없었다”고 항변했다.

 

이씨는 지난 13일 오후 인천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송경근) 심리로 열린 30여년 전 ‘납북어부 간첩 사건’의 안아무개(2006년 사망)씨 재심 사건에 검찰 쪽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20여분 동안 진행된 검찰과 변호인의 신문에서 불법구금과 고문에 의한 조작 의혹이 제기되자 “나는 목사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이씨는 “오래돼서 언제 (안씨를) 연행했는지 알 수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혹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 활동의) 의심이 나서 3개월 공작을 했고, 안씨가 다른 사람을 포섭중이었고, 이런 사실을 모두 자백했다. 불법구금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경기경찰청 대공분실에 함께 근무했던 나아무개 수사관은 이씨의 증언 직전에 있었던 변호인 신문에서 “이씨가 조사하는 것을 보지 못해 고문 여부를 알 수 없지만 안씨를 185일간 영장 없이 구금한 게 맞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변호인이 전했다. 안씨는 같은 마을에 살던 어부들이 납북된 지 수년이 지나 간첩 사건이 터지자 1977년 2월 참고인으로 경찰 대공분실에 끌려갔다. 그는 조사과정에서 피의자로 바뀐 뒤 그해 8월 구속됐다.

 

안씨의 변호인 쪽은 “이씨가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난다. 모르겠다’고 답변하는 반면, 유리한 것은 소설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말했다. 이씨는 ‘편리한 기억력의 소유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증언을 한 뒤 전직 동료 수사관으로 보이는 10여명에게 둘러싸여 당당히 법정을 빠져나갔다.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안씨의 아들(51)은 “이씨의 말대로 아버지가 순순히 자백했으면 뭐하러 185일간 불법구금을 했느냐”며 어이없어했다. 방청객 정아무개(63)씨는 “최근 자신을 소재로 한 영화 <남영동 1985>가 나오자 변명하려고 적극적으로 얘기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이씨는 1970년대 초부터 1988년까지 경기경찰청 대공분실장 등으로 근무하며 고문기술자로 악명을 떨치다 불법체포와 고문 혐의로 오랜 수배 끝에 2000년 자수했다. 2008년 10월 안수를 받고 목회자로 변신했지만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애국자’라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다가 올해 1월 ‘자질 부족’ 등을 이유로 목사직을 박탈당했다.

 

 

인천/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책소개. 예루살렘에서 있었던 아이히만의 재판에 대한 보고를 통해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하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번역한 책이다. 저자는 유대인 학살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참관한 것을 바탕으로, 어떠한 이론이나 사상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아주 사실적인 어떤 것, 엄청난 규모로 자행된 악행의 현상을 나타내고자 했다. <인터넷 교보문고>

 

 

아이히만은 이아고도 멕베스도 아니었고, 또한 리차드 3세처럼 "악인임을 입증하기로" 결심하는 것은 그의 마음과는 전혀 동떨어져 있는 일이었다. 자신의 개인적인 발전을 도모하는데 각별히 근면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는 어떤 동기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적인 것이 아니다. 그는 상관을 죽여 그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살인을 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문제를 흔히 하는 말로 하면 그는 단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 지 결코 깨닫지 못한 것이다. (...)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로 하여금 그 시대의 엄청난 범죄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게 한 것은 (결코 어리석음과 동일한 것이 아닌) 철저한 무사유(sheer thoughtlessness)였다. (...) 이처럼 현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과 이런 무사유가 인간 속에 아마도 모든 악을 합친것보다 더 많은 대파멸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사실상 예루살렘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었다.

 

아르헨티나나 예루살렘에서 회고록을 쓸때나 검찰에게 또는 법정에서 말할때 아이히만의 말은 언제나 동일했고, 똑같은 단어로 표현되었다. 그의 말을 오랫동안 들으면 들을 수록 그의 말할 수 없음은 그의 생각할 수 없음. 즉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없음과 매우 깊이 연관되어 있음이 점점 더 분명해졌다. 그와는 어떠한 소통도 가능하지 않았다. 이는 그가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말과 타자의 현존을 막는, 따라서 현실 자체를 막는 튼튼한 벽으로 에워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Eichmann in Jerusalem 中

 

 

 

 

 

 

뉴스에서 이근안을 보며 느꼈던 건 이전에 강신주를 통해 접했던 바로 아이히만이었다.

 

이근안은 그냥 타자의 입장에 대해 철처한 무사유했던 정권의 관료이자 개였을 뿐이었다.

 

그는 자기가 맡은 일에 너무 성실하고 근면했을 뿐이다.

 

여전히 우리 주위에 이런 관료. 그리고 무사유의 사람은 너무나 많다.

 

문제는 그들이 너무 평범하다는 거다.

 

 

그런 평범함 속에 내가. 그리고 우리가 있을 지도 모른다.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채. 반성하지 않은 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가

 

바로 이런 악의 평범성을 여전히 우리 곁에 두고 바라보고만 있는 것인 지도 모른다. 

 

 

 

오늘.

 

바로 오늘 우리의 힘으로.

 

더 이상  2의 아이히만이 그리고 이근안나오지 않는 사회가 오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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