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 반.
문득 눈을 뜨니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내방에 불을 켜놓은 채 렌즈도 빼지 않고 잠들었던 내가 있었다. 처음에는시계의 긴 바늘과 짧은 바늘을 잘못 보고는 6시 반인 줄만 알았다. 금요일 밤 가기싫은 곳에 억지로 가서는 말도 안되는 비난과 소문에 주인공인 된 채 토요일 아침에 술도 덜 깬채로 다시 학교에서 마련해 준 버스를 타고 오면서 내 마음은 실로 수만가지 생각으로 복잡했다. 물론 그 시점에는 내가 그렇게 큰 소문에 주인공인줄은 생각도 못했었고. 토요일 아침 집으로 돌아와 다시 잠들고는 오후에 동기들을 다시 만난자리에서 들은 이야기는 실로 파란만장했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던 내가 진실이라고까지 거창하게 말할것도 없는 사실들에 대해, 그 사실을 제대로 들은 바도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서로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들었노라고 토로하는그 말들을 들으며 난 그냥 가슴이 먹먹해졌다. 좁지만 복잡한 이곳의 인간관계에 환멸 비슷한 걸 느끼고 있던 나에게 이건 그냥 한방이었다. 토요일 저녁 말도 안되는 사실들에 분노하며 몇몇 친구와 이야기 하다 집에 돌아오니 열시. 읽지도 못한 채 빌려놓기만 한 책을 집어들고는 침대로 들어가 읽다가 잠이 들었나보다. 그러다 눈을 뜬 시간이 새벽 세시 반이었다. 잠은 벌써 저만치 달아난 후였다.
읽다만 책을 다시 집어들었다고 문득 머리속에 그 이야기가 하나씩 들어오면서 책은 다시 저만치 밀려났다. 그리고는 문득 이청준의 소문의 벽이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나의 잘못이 아닌 떠다닌 말들을 무시하다가도 한편으로 드는 그래도 내가 이러했으면 그런 말따위 조차 나오지 않았을텐데라고 후회를 하고 있는 내 자신에게조차 화가난다.
내가 좋아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잠든 이 새벽이. 창 밖에 내리는봄비가 너무 차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