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소쇄원과 죽녹원사이 한옥의 민박.
우리나라를 여행하는데 혼자 이렇게 차를 끌고 나온건 처음이다.
여행지에 대한 계획도 일정에 대한 계획도 없이.
그냥 나에겐 최근 나쁜일이 일어났고,
그 일로 인해 사람들에게 느낀 환멸이나 뭐 그런 소소한 감정을 집에서 방콕하며 풀기에는 무리였나보다.
그런 내가 집에만 있는게 아버지는 안쓰러우셨나보다.
자꾸 여행을 종용했다.
그래서 무작정 나선 난.
예전에 가보리라 맘 먹은 곳을 그냥 하나씩 가보기로 했다.
오늘은 비가 온다.
비오는데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한없이 올라가는 속도를 내려다보면 제한속도는 저만큼 달아나있다.
나쁜일로 인해 잠시 멍때리다 얼마전 사고후 다시 찾은 차를 몰고 있는 나는
속도계를 보면서 잠시 나쁜 생각도 했었다.
계획도 없이 떠나긴 했지만, 오늘 있는 이곳에서 나는 다시 다음 장소를 떠올려 본다.
뭐 이런 여행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 라며 냉소적이었던 나는
잠시 혼자만의 여행이라는 이름에 조금은 설레고 있었나 보다.
비소리도 그냥 낯선 곳의 풍경이 조금씩 내마음에 들어오는 걸 보니.
아무생각없이 떠났왔고,
여행 이후에도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내가 좀 편해졌으면 한다.
누구도 신경쓰지않고, 나만 보듬을 수 있는 그런 시간이길.
하지만 한편으로 지금 누군가 내 곁에 있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게 되는 그런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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